105 Di2 전자식 구동계로 기변한 지금, 기대한 것보다 더 스무스한 라이딩을 즐기게 되었다. 라이딩 초기에 딸깍딸깍 손으로 기어를 넘기는 감각, 손맛이라 부를 만한 그 특유의 촉감이 주는 105 기계식의 아날로그적 매력이 좋았다. 손에 익은 리듬 속에 변속 타이밍을 맞추고, 마치 악기처럼 자전거와 교감하는 느낌. 하지만 오르막에서 힘이 빠질 때마다 체인은 튀었고, 뒷기어는 애매하게 걸려서 속도는 끊기고 다리는 헛돌았다. 손끝의 미세한 실수 하나가 전체 페이스를 무너진 적이 많았다. 이제는 이런 걱정은 접게되었다.
낯선 감각, 전동 구동계 첫 만남
국토종주를 염두에 두고 훈련 강도를 높이다 보니, 기계식 구동계의 관리나 불량에 의한 불편함들이 누적돼 한계가 느껴졌다. 이젠 전자변속으로 넘어가자 다짐하게 되었다. 하필 터진 환율상승에 원하던 모델을 컨텍할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고르고 골라 찾아낸 모델, 그렇게 선택한 게 거스토 듀로 105 Di2였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노려보자!
인수 후 첫 페달을 밟고 변속 버튼을 눌렀을 때, 기어는 블루투스 신호를 받아 지~잉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바뀌었다.
손맛은 사라졌다! 대신 손끝의 신호 하나로 즉각 반응하는 것이 ‘아 이래서 Di2로 바꾸게 되는 구나…’ 뼈저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모든 사양이 높아 졌다고는 하나, 구동계의 업글로 주행 감각 자체가 달라졌다.
라이딩 테스트는 시화호에서 대부도까지
거스토 듀로의 첫 라이딩은 평소 익숙한 시화호를 따라 방조제를 넘어 대부도초입에 구봉도까지 이어졌다. 왕복 80km 정도의 거리이다. 비앙키의 105 기계식 시프터에 익숙해졌던 손끝은 105 Di2의 전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약간의 당황을 겪었다. ‘이게 끝인가?’ 싶을 만큼 조용한 클릭음. 하지만 그 조용함 뒤에 이어진 것은, 체인이 톱니에 정확하게 안착하는 경쾌한 감각이었다. 그 중에서도 크랭크가 가장 낮은 6시 위치에서 변속했을 때에도, 힘이 빠지지 않고 기어가 매끄럽게 전환되는 느낌이 인상 깊었다. 알고 보니 초당 1,000회의 크랭크 각도 분석이 들어간다고 한다. 라이더보다 먼저 판단하고 움직이는 변속 시스템, 그게 Di2였다.
거스토 듀로 105 Di2 주요 사양 표
거스토 공식 홈에 나와 있는 거스토 듀로 기본 사양표 내용이다. 대부분 처음 접하는 사양이라 부분별로 차차 자세하게 리뷰해 볼 예정이다
항목 | 사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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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Gusto Duro 스포츠 에어로 알루미늄 프레임 + 카본 포크 |
구동계 | Shimano 105 Di2 R7170 (2×12-speed) 전동 구동계 |
브레이크 | Shimano 105 Di2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 |
휠셋 | Gusto Aero 알로이 휠셋 (튜브리스 레디) |
타이어 | Maxxis DTH 700x25c 또는 Continental Ultra Sport II (구매처 따라 다름) |
무게 | 약 8.7kg (M 사이즈 기준) |
가격대 | 380만원 |
하이퍼글라이드+?, 이건 뭐지
오르막에서 기어를 바꾸면 체인이 튄다? 적어도 105 Di2에선 그런 고전적인 변속 충격은 사라졌다. 화성 수화리와 새솔동에서 송산방향으로 가는 공도 곳곳에 있는 완만한 언덕에서 6단에서 8단으로 변속했을 때, 체인은 톱니 사이를 유영하듯 너무 부드럽게 움직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하이퍼글라이드+ 기술 덕분이라고 한다. 몸이 먼저 반응한 기술적 차이를 공식 설명서에서 찾아낸 셈이었다. 디자인도 바뀌었지만, 거기에 더해서 체인과 톱니의 접점 자체를 3차원 곡면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그 결과 체인이 톱니에 물리는 각도, 방향, 타이밍 모두가 최적화되서 변속 충격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손댈 필요 없는 정렬, 자동 트리밍이 만든 여유
과거 비앙키 105 기계식을 탈 때는 앞변속에서 간섭이 생기면 감으로 조절하곤 했다. 하지만 거스토 듀로 105 Di2의 변속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아무런 조작 없이도 체인과 체인링 간의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됐다. 이유는 자동 트리밍 기능 때문이었다. 앞변속기의 가이드 플레이트가 초당 30회 체인 위치를 분석해, 0.5mm 단위로 미세 조정을 반복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주행 중에 ‘이상하다’ 느끼기도 전에 시스템이 먼저 정렬이 끝나버린 것이다. 덕분에 페달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세미 싱크로와 충격 감지 기능?
라이딩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기능 중 하나가 세미 싱크로 모드이다. 뒷기어를 변속할 때, 앞기어가 자동으로 각도를 맞춰준다는 개념이다. 대부도 해안도로의 바람 속에서도 체인 라인이 일정하게 유지됐고, 이상한 소음이 전혀 없었다. 전에는 뒷기어를 바꾸면 체인 각도가 틀어져 마찰음이 발생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사라졌다.
시화방조제-대부도 구간은 일부 개선되기는 했지만. 요철 구간과 자갈도 꽤 많은 편이다, 여지없이 요철을 지나니 ‘딱’ 하고 들린 파쇄음. 이상하게도 직후 변속이 잠시 멈췄다. 처음엔 고장인가 싶었는데 주행후 찾아보니 시스템이 5G 이상의 진동을 감지해 잠시 변속을 정지시킨 것이라고 한다. 와! 감탄이 절로나오는 똑똑한 방어 기능이 아닌가. 평소 험하게 주행하는 스타일이라 체인 이탈이나 장비 손상을 예방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중요한 기능 이다. 아직은 기변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충분히 라이딩해보고 차후에 더 자세한 내용 다뤄봐야 겠다.
E-Tube 앱으로 커스터마이징 하자
거스토 듀로 동봉 매뉴얼에는 앱에 대한 내용이 없어 아쉬웠다. 유튜브와 포털검색에서 알게된 시마노의 E-Tube Project 앱에서는 자전거의 부품들을 다시 조율하는 느낌이랄까.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변속 속도부터 반응 타이밍, 다단 변속 감도까지 아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언덕을 오를 땐 부드럽고 천천히, 튐 없는 변속을 원해서서 변속 속도를 0.3초로, 평지에서는 빠르고 민감한 반응을 선호해서 평지에서는 0.1초로 설정했다. 앱 내에 다양한 프리셋도 있어서 평소 즐기는 코스에 따라 프로필을 다르게 적용해볼 수 있다.
그중 마음에 들었던 건 역시 다단 변속 기능이었다. 버튼을 꾹 누르면 연속으로 기어를 넘길 수 있는데, 이건 언덕 끝에서 스프린트로 전환할 때 정말 유용한 기능 이었다. 기계식 구동계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세팅의 자유로움이랄까. 나만의 ‘변속 템포’를 커스터마이징 한다는 자체가 기계식에서는 상상해볼 수 없는 것이기에 더 신기하다.
자전거는 과학입니다!
침대가 과학이듯 자전거도 과학이었다. 망설이지 말고 진즉에 기변할 걸 그랬다. Di2 전동 구동계는 내 라이딩 자체에 변화를 가져다 준 거스토 듀로의 사양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것 같다. 기계식 구동계에서 힘으로 타던 로드가, 이제는 ‘타는 즐거움’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라이딩 횟수가 늘어 갈 수록, 더 많은 것을 얻는다. 에너지 효율, 라이딩의 리듬, 회복 시간까지. 결국 내 몸의 피로를 줄이고, 더 멀리 가게 한다. 실제로 3.2%의 에너지 효율 향상은 100km 기준으로 약 120kcal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숫자가 작아 보이지만, 장거리 라이딩에서는 크다. 그래서 확신하게 된다. 이번 국토종주에서 이 구동계가 내 체력을 받쳐 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아니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