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앙키에서 거스토로 6년만의 기변, 성능체감 비교

카본 거스토 듀로를 처음 끌어냈던 토요일, 해가 막 떠오른 안산 시화호 해안자전거길 위에 서서 페달을 눌렀다. 손바닥으로 스며드는 떨림이 완전히 달랐다. 알루미늄 프레임이 두드려주던 투박한 드럼 비트 대신, 바이올린 활이 현을 스치는 듯한 매끄러운 울림이 온몸을 감쌌다. “1 kg 더 가볍다”라는 숫자보다 ‘어? 그냥 속도가 붙네’ 하는 직감이 먼저 왔다. 그날 이후 알람은 30분 빨라졌고, 냉장고엔 맥주 대신 저당 요거트가 차지했다. 평일 밤 Zwift 세션이 끝나면 폼롤러 위에 눕는 시간이 10분 늘었고, 주말 새벽은 ‘시화호-대부도 장거리 라이딩’이라는 이름으로 스케줄러에 새로 찍혔다. 거스토 듀로는 일상의 스케쥴을 뒤흔든 국토종주라는 대장정의 트리거가 되었다.

“알루미늄으로는 충분하다고 믿었던 6년, 카본은 결국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갔다.”

 

왜 두 대를 비교하게 되었나?

2014년, 첫 입문용으로 알톤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들였다. 시화호 방조제와 화성 궁평항 왕복 40 km 코스를 돌며 땀을 쏟았고, 2016년엔 로드마스터 모델로 바꿔 속도를 맛봤다. 본격적으로 로드타는데 맛들린것은 2019년 비앙키 임풀소 105 알루미늄 모델을 영입하며 시작되었다. 비앙키와 함께하면서도 국토종주 생각은 없었다. 가끔 춘천,양평 코스를 돌거나 동해안 강릉-속초 코스를 해본게 전부였다. 주로 시화호–대부도–궁평항 해안을 돌아다니며 불어난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와 스트레스 해소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비앙키에서 거스토로 6년만의 기변, 성능체감 비교
고교때 부터 절친이던 친구의 ‘국토종주가 올해 목표’라는 말에 나도 서슴없이 국토종주라는 새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10월 정도에 포커스를 맞춰 3월 부터 나름 계획표를 만들고 시화방조제—대부도—구봉도를 잇는 코스를 주말마다 돌았다. 비가오거나 바쁠때는 실내에서 스마트로라로 즈위프트 주행을 주에 3회 이상은 꾸준히 하고있다. 주에 온오프라인 합쳐 150km 이상을 목표로 삼고있다. 그러다 2025년 봄, Zwift로 겨울을 버티던 내게 ‘풀카본+Di2’라는 지름신이 내려왔고, 한달여의 기다림 끝에 거스토 듀로 105 Di2가 나에게 들어왔다. 아직은 새모델에 익숙해지려는 시기인데 두 대를 번갈아 타보니 확실한 차이가 있어서 기록을 하게 되었다.

스펙보다 먼저 느낀 ‘몸의 신호’

첫 페달 스트로크: 알루미늄의 솔직함 vs 카본의 무공해 미끄러짐

  • 비앙키 임풀소: 차가운 금속 특유의 탄성 덕분에 노면 정보를 고스란히 전해 준다. 대부도 갯벌길의 요철에선 손등이 얼얼하지만 직선 가속은 경쾌하다.
  • 거스토 듀로: 인네그라 섬유가 들어간 카본 복합 프레임 덕분에 잔진동이 걸러진다. 해풍이 세찬 시화방조제에서도 바람을 칼처럼 가르는 느낌이 있고 페달을 밟자마자 뒤에서 누가 밀어주는 듯 가속이 붙는다.

업힐과 플랫, 숫자로 본 차이

  • 대부도 선재대교 뒷길 업힐(1.6 km / 평균 5.5%):
    임풀소 – 7분 59초 (HR 170 bpm)
    듀로 – 7분 16초 (HR 172 bpm)
    43초 단축. 파워미터 평균이 240 W → 245 W로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에어로 효과와 1 kg 무게 차이가 시간을 깎은 셈.
  • 시화방조제 역풍 플랫(5 km 직선):
    임풀소 – 34.2 km/h
    듀로 – 37.9 km/h
    평속 3.7 km/h 상승. 전자변속 덕분에 케이던스 유지가 쉬웠고, 일체형 핸들바가 해풍을 잘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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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소재 – 알루 vs 카본, 숫자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

비앙키 임풀소 (Alu) 거스토 듀로 (Carbon)
무게(56 사이즈)
9.2 kg
8.3 kg
소재
6061 트리플 버티드 알루미늄 + 카본 포크
T1000 카본 + INNEGRA 충격 흡수 섬유
라이딩 감각
노면 피드백이 또렷, 클래식한 단단함
잔진동 필터링, 고속 안정성 뛰어남
내구성
찍힘·스크래치 관대, 휨에 강함
충격 균열 주의, 그러나 강도 자체는 높음
감성 포인트
체레스타 컬러, 이탈리아 헤리티지
일체형 핸들바, 스텔스 케이블 루팅

알루미늄은 거친 노면도 단단하게 받아내는 든든함이 돋보이고, 카본은 가속 페달을 살짝 더 밟자 물 위를 미끄러지듯 앞으로 튀어나가는 탄성이 놀라웠다.

구동계 – 기계식 105 vs 105 Di2, 확실히 편해졌다

변속 정확도와 피로도

  • 임풀소의 기계식 105 레버는 ‘찰칵’ 소리와 함께 손끝에 기분 좋은 반동을 남긴다. 하지만 한여름 땀으로 미끄러진 글러브를 낀 채로는 미세한 힘 조절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 듀로의 105 Di2는 버튼을 살짝 터치하기만 해도 체인이 순식간에 옮겨간다. 160 km를 달리고 난 뒤에도 손목에 남는 당김이 훨씬 덜하다.

유지비 계산

  • 케이블 교체: 기계식(연 2회) 4 만 원 vs Di2(2년 1회 배터리 점검) 2 만 원.
  • 배터리 충전: 월 1회 USB‑C 케이블로 90 분. 로라를 돌리고 샤워하는 동안 충전이 끝나 불편함이 없다.

지오메트리 – 엔듀런스 vs 에어로, 허리와 목이 말해준 것

Stack Reach 체감 포지션
임풀소 (55)
575 mm
385 mm 허리가 펴지는 편안한 투어링
듀로 (M)
550 mm
395 mm 상체를 낮추는 레이스 포지션
  • 시화호 왕복 30 km 구간에서 임풀소를 탈 때 어깨 뻐근함이 적어 하루를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다. 지오메트리가 엔듀어런스 기반이라 확실히 허리와 어깨에 부담이 덜한 것 같다.
  • 직선 구간 인터벌에서는 핸들바를 2 cm 낮춘 듀로 덕분에 바닷바람이 심한 시화방조제를 통과할때도 바람 저항이 줄어 페달링이 한결 수월하게 느껴졌다.

휠·타이어 – 가벼움과 에어로의 간극

  • 임풀소: WH‑RS010 알루미늄 클린처, 무난한 가속 → 튜브리스로 바꿔도 큰 체감은 없음.
  • 듀로: Attaque 50C 카본 휠 + GP5000 25c. 첫날부터 궁평항 해안도로 다운힐에서 ‘윙—’ 하는 에어로 사운드가 났고, 방조제 플라이오버에서 가속이 유지되는 새 느낌이 있었다.

가성비로 장만했지만 – 돈값 했을까?

구매가 추가 튜닝 1년 유지비(예상)
임풀소(2019)
155 만 원
휠셋 교체 50 만 원 정도 20 만 원(타이어,튜브,세차)
듀로(2025)
389 만 원
정품그대로 사용 25 만 원(예상)
  • 라이딩 총평을 하자면! 비앙키 임풀소 관리를 아무리 잘했어도 오래되기도 했으니 스마트로라 용도로 주로 사용하게 될 것 같다. 카드 명세서엔 234 만 원이 더 찍혔다, 하지만 기변후 시화방조제 구간기록도 새로 찍히고 장거리 주행시에도 지침이 덜해 주행시 마다 너털 웃음 짓게된다. 그 기쁨을 돈으로 환산하면,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격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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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 카본, 확실한 장단점

비앙키 임풀소 105 : 하차감이 좋은 너! 오래 탄 친구의 믿음직함

구분 내가 체감한 강점 솔직한 약점
디자인/감성 체레스타 컬러 덕분에 카메라 셔터 소모량 급증 프레임 스크래치 나면 티가 확 난다
편안함 엔듀런스 지오메트리 → 허리 부담 적음 100 km 넘어가면 손가락에 레버 스트로크 피로 누적
실용성 알루 프레임 → 방파제 난간 거치할 때 마음이 편함 55 km/h 이상 내리막에서 핸들 떨림 발생

거스토 듀로 105 Di2 : 카본에 전자변속 이젠 너로 간다

구분 내가 체감한 강점 솔직한 약점
속도 1 kg 경량 + 에어로 설계 → 평속 즉시 상승 바람 소리가 커서 처음엔 속도감에 놀람
변속 버튼식 Di2 → 업힐 끝에서도 체인 이탈 없음 배터리 방전 공포… 예비 케이블 드랍 불가
진동 인네그라 충격 흡수 → 손목‧목 피로 30% 감소 카본 프레임 → 넘어질까 봐 주차 때 신경 곤두서게 됨
디자인/감성 선이 내장되어 더없이 깔끔하다, 역동적인 프레임 굴곡에서 터프함이 느껴진다 선이 안보이는 건 좋은데 확실히 정비가 불편해 졌다. 샵에 방문 추천

이런 주행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자전거를 꺼낼까? 동네를 돌때나 비가 내리는 날엔 알루미늄 비앙키를 꺼내게 된다. 빗물 튀는 아스팔트에서 넘어져도 스크레치로 마음이 덜 아프고, 스마트로라에 물려 Zwift를 돌리면 여섯 해 동안 몸에 밴 ‘찰칵’ 레버 감각이 화면 속 가상 오르막과 꼭 맞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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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토요일 새벽, 이제는 방조제 바람이 등을 밀어줄 것 같은 날 거스토 듀로로 나간다. 버튼 하나로 체인이 옮겨가는 전자변속 덕분에 페달 리듬이 끊기지 않고, 카본 프레임은 속도가 오를수록 묵직하게 앞으로 당겨 준다.
내 라이딩에 함께 했던 모델들이 그랬듯이, 지금 있는 두 대 모두 내 라이딩의 다른 축을 맡아 줄 것이다.
두 대를 고르게 타는 이유는 한 가지—재미가 다르다. 비앙키는 상큼한 컬러 처럼 라이딩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편안함이 있다 익숙함 때문일 것이다다, 거스토 듀로는 볼 때마다 레이스에 나가자며 잡아끄는 사냥개 같다. 라이딩을 하게 된 이유를 찾게 되었다. 자전거와 함께하는 순간이 내 기분과 감정에 대화하는 수단이라는 걸, 하나에서 이제는 이 둘을 오가며 더 느끼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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