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뮤니티에서는 “존 2 훈련”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SNS에서는 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인 타데이 포가차가 대부분의 훈련 시간을 존 2에서 보내면서도 빠른 라이더들을 압도한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러너들은 산뜻한 페이스로도 체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후기를 남긴다. 한편 일부 라이더들은 “너무 느리게 타면 뭐가 좋아지느냐”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말 천천히 타는 것만으로도 체력과 건강이 달라질까? 국토종주를 대비해 훈련하다보니 관심 가지게 되었는데, 존 2 라이딩의 생리학적 의미와 기대할 수 있는 효과, 러닝과의 차이, 그리고 어떻게 실전에서 적용할지까지 하나하나 풀어보았다.
존 2 훈련이란 무엇인가?
스포츠 과학에서는 운동 강도를 최대 심박수에 따라 여러 구간으로 나눈다. 그 가운데 “존 2”는 최대 심박수의 약 60~70 %에 해당하는 구간으로, 숨은 차지만 친구와 대화를 이어갈 정도의 편안한 강도다. 이 구간에서는 Ⅰ형 근섬유가 주로 동원되고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 미토콘드리아를 효과적으로 자극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의 세포 속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발전소 같은 존재인데, 존 2 훈련은 바로 이 발전소의 수와 효율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Zone 1~5 별 시간 대비 효율 그래프
국제 지구력 데이터 분석 회사 INSCYD의 자료를 보니, 존 2 강도에서 운동하면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증가해 체지방 연소와 젖산 제거 능력이 향상되며, 그 결과 VO₂max, FTP와 같은 지구력 지표가 상승한다고 한다. 또한 이런 미토콘드리아의 발달은 대사적 유연성(지방과 탄수화물의 전환 능력)을 높여 글리코겐 고갈을 늦춰 준다. 그뿐 아니다, 지방 연소가 활발해지므로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처럼 존 2 라이딩은 몸 안의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리빌딩하는 작업이다.
길게, 자주, 천천히 – 존 2 훈련의 용량
그렇다면 얼마만큼, 얼마나 자주 해야 효과가 나타날까? 포가차는 한 차례 훈련에서 4–5 시간을 존 2로 채운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에게 그 정도는 과하다. INSCYD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30 분에서 시작해, 익숙해지면 1 시간 이상으로 늘리고, 가능하다면 주 3–4회 정도 꾸준히 반복한다.
주 1회는 효과가 미미하고, 주 2회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칠 수 있으므로 적어도 주 3회는 확보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시간을 늘려 주 4–5회 이상 2 시간을 넘기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 미토콘드리아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한다.
왜 존 2가 중요한가?
존 2 훈련의 의의는 단순히 “천천히 탄다”는 데 있지 않다. 이 강도에서 우리 몸은 지방을 주 연료로 사용하며, 젖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젖산은 고강도 운동 시 근육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로, 과도하게 쌓이면 근육 피로와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하지만 존 2 훈련을 통해 미토콘드리아가 강화되면 젖산을 다시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젖산 셔틀)이 빨라져 회복 능력이 개선된다. 미국의 정형외과 의사이자 아마추어사이클리스트인 하워드 룩스 MD가 정리한 내용에서도 존 2에서 운동할 때 지방 산화가 최적화되고 미토콘드리아의 수와 효율이 증가하며, 이것이 장기적인 지구력과 건강에 핵심적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존 2는 단순히 심박수가 낮은 구간이 아니라 미토콘드리아의 수, 효율, 그리고 연료 전환 능력을 키우는 맞춤 약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대사 건강은 장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이가 들거나 신체 활동이 부족하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되는데, 이는 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만성 질환과 연관된다. 운동, 특히 존 2 강도에서의 운동만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구간은 건강을 위한 ‘약’과도 같은 것이다.
존 2 라이딩의 장점
- 지구력과 심폐 기능 강화
- 지방 연소와 체중 관리
- 부상 위험 최소화
- 회복과 스트레스 관리
러닝과 라이딩: 같은 존 2, 다른 느낌
자전거와 러닝은 모두 최대 심박수의 60~70% 구간에서 이루어지지만, 실제 느껴지는 강도와 신체의 반응은 다르다.
러닝 vs 라이딩 에너지 소비 비교 차트
심박존 | 심박수 범위 | 주요 목적 | 지속 시간 | 훈련 빈도 | 부상 위험 | 회복 시간 |
---|---|---|---|---|---|---|
존 1 | 50–60% | 회복/안정 | 무제한 | 매일 가능 | 매우 낮음 | 즉시 |
존 2 | 60–70% | 지방 연소·유산소 기반 구축 | 2–6 시간 | 주 4–5회 | 낮음 | 짧음 |
존 3 | 70–80% | 심폐 지구력 | 40–80 분 | 주 2–3회 | 보통 | 보통 |
존 4 | 80–90% | 젖산 역치·속도 향상 | 10–40 분 | 주 1–2회 | 높음 | 길음 |
존 5 | 90–100% | 무산소 파워·스프린트 | 2–8 분 | 주 1회 | 높음 | 매우 길음 |
양극화 훈련 – 80 : 20 법칙
오직 천천히만 타서는 발전이 더딜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토콘드리아를 강화하는 데는 존 2가 핵심이지만, 젖산 역치와 최대 파워를 키우려면 고강도 자극이 필요하다. 이를 균형 있게 배분하는 방법이 “양극화 훈련법”이다. 프런티어스 인 피지올로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엘리트 지구력 선수들은 전체 훈련의 약 80 %를 저강도로, 20 %를 고강도로 수행하며, 주 2회 정도의 고강도 세션이면 적응이 충분히 일어난다고 한다. 또한 양극화 훈련은 저강도(존 1–2)와 고강도(존 4–5)의 비율을 75–80 % : 15–20 %로 유지하고, 중간 강도(존 3)는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분포는 젖산 역치와 VO₂max, 파워를 향상시키면서도 과도한 피로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양극화 훈련은 사이클링뿐만 아니라 러닝, 수영 등 모든 지구력 종목에 적용될 수 있다. 주간 계획을 세울 때 낮은 강도의 롱라이드나 회복 라이딩을 중심에 두고, 일정 간격으로 짧은 시간의 고강도 인터벌을 배치해 보자. 지금하고 있는 플랜이기도 한데, 주 5일 운동을 한다면 4일은 존 2 강도로 1–2 시간씩 라이딩하고, 1일은 존 4 또는 5에서 인터벌 훈련을 수행하는 식이다. 고강도 존4, 5세션은 충분한 휴식과 함께 진행해야 하고, 동일한 세션을 연달아 실시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배치와 휴식이 중요하다.
존 2 라이딩 효과 타임라인
실전 존2 라이딩 팁
- 심박계와 파워미터 활용 – 존 2를 정확히 유지하려면 심박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사 검사를 통해 본인의 ‘FatMax’ 지점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심박계와 파워미터를 병행해 사용한다. 심박수는 체온, 수분 상태,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으므로, 파워 출력을 참고해 FTP의 약 55–75 % 정도를 맞추고 심박수가 이에 따라 상승하는지 체크한다.
- 대화 테스트 – 장비가 없다면 대화 가능 여부가 좋은 지표다. 말을 할 때 약간 숨이 차지만 문장을 끝낼 수 있을 정도라면 존 2 강도다. 조금이라도 버겁게 느껴지면 속도를 낮추고, 너무 편하면 페이스를 높여본다. 러닝에서는 걷기와 달리기를 번갈아가며 심박수를 범위 안에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라이딩에서는 케이던스(분당 페달 회전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기어를 조절한다.
- 환경 요소 고려 – 러닝은 기온과 습도, 지면 상태에 따라 심박수가 크게 달라진다. 여름철에는 심박수가 평소보다 높게 나오므로 목표치보다 5 bpm 정도 낮춰 움직여야 한다. 라이딩은 바람과 경사에 영향을 받지만, 파워 출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존 2를 맞출 수 있다. 초보자는 평탄한 코스를 선택해 신체 감각을 익힌 뒤, 업힐이나 롤링 코스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 지루함 극복 – 천천히 오랜 시간 타는 것이 심리적으로 지루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친구와 함께 라이딩을 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또한 목적지를 정해두고 주변 풍경을 즐기거나 새로운 카페를 탐방하는 식으로 구성하면 재미가 더해진다.
- 점진적 증가 – 처음부터 장거리 라이딩을 시도하면 오히려 몸이 지치고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이 올 수 있다. 30 분부터 시작해 10–15 분씩 늘려가면서 몸의 변화에 느껴보자. 휴식도 훈련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피로감이 쌓이면 과감히 하루를 쉬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요즘 대세 러닝과 라이딩을 믹스해보자
몇 해전 부터 러닝이 운동의 대세가 되어버렸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러닝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다보니 러닝과 라이딩을 섞어보면 어떨지 궁금해졌다.
러닝은 한정된 시간 동안 심박수를 빠르게 올리고 칼로리를 많이 소모할 수 있는 반면,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이 크고 1 시간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 사이클링은 무게 부하가 적어 부상 위험이 낮고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지만, 동일한 심박수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적어 체중 감량 속도는 더딜 수 있다. 체중 70 kg 사람이 10–12 mph(16–19 km/h)로 자전거를 타면 분당 약 7 kcal, 같은 사람이 4 mph(6.4 km/h)로 걷으면 분당 5 kcal 정도를 소모한다. 속도를 올려 14–16 mph로 타면 1 km를 10 분에 달리는 러닝과 비슷한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이다.
두 운동의 장단점을 고려하면 교차 훈련이 여러 측면에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 3회 라이딩으로 지구력을 기르고, 주 1–2회 러닝으로 골밀도와 칼로리 소모를 높이는 방식이다. 러닝을 통해 체중 감소와 심폐 강화 효과를 빠르게 얻고, 라이딩을 통해 부상 위험 없이 긴 지속 시간을 확보해 지구력을 키울 수 있다. 이렇게 두 종목을 병행하면 서로 다른 근육과 에너지 시스템이 자극되기 때문에 운동 효율이 높아지고 지루함도 줄어든다.
🚶♂️러닝이 힘들다면 빠르게 걷기와 느린 걸음을 섞은 인터벌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존 2 라이딩 훈련시 주의사항
- 즉각적인 성과에 대한 기대 관리 – 존 2 훈련의 가장 큰 단점은 결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내 몸 속의 미토콘드리아는 느리게 적응하기 때문에 몇 주 동안은 체력 향상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이어나가면 어느 순간 고강도 인터벌 때 심박수 회복이 빨라지고, 장거리 라이딩 후 피로도가 크게 줄어든 것을 느끼게 된다.
- 속도 유지의 어려움 – 느린 속도에 익숙하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페이스가 올라가 범위를 벗어나기 쉽다. 특히 그룹 라이딩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혼자 라이딩하거나 회복 라이드를 따로 계획해 존 2 감각을 익히는 것이 좋다.
- 고강도 세션의 필요성 – 미토콘드리아 강화만으로는 젖산 역치나 스프린트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적어도 주 1–2회는 존 4 또는 존 5 인터벌을 포함해 심폐지구력과 무산소 파워를 자극해야 한다. 다만 고강도 후에는 48–72 시간의 회복을 충분히 갖고, 그 기간에는 가벼운 존 2 라이딩으로 혈액 순환과 젖산 제거를 돕는 것이 좋다.
- 영양과 휴식 – 장시간 존 2 라이딩을 하다 보면 에너지가 고갈될 수 있으므로 긴 세션에는 탄수화물과 전해질을 적절히 보충해야 한다. 또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소홀하면 미토콘드리아 적응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전체적인 생활 패턴을 함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복 시간/부상 위험 비교
빠르게 가고 싶다면, 천천히 일정 페이스로!
존 2 라이딩은 단순히 속도를 낮추는 운동이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를 강화하고 지방을 연료로 쓰는 능력을 키우며, 긴 거리를 지치지 않고 달리게 만들어 주는 효율적인 훈련법이다.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어 다양한 연령과 체중의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고, 러닝보다 최대 심박수가 6–10 bpm 낮아 보다 안정적으로 심박존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많은 프로선수들이 전체 훈련의 80 %를 저강도에, 20 %를 고강도에 투자하는 양극화 모델을 따르고 있다는 것도 존2 훈련이 필요성을 보여준다, 기초 체력과 고강도 능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최적의 배분법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천천히 달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처음에는 옆에서 걸어가는 사람에게 추월당하는 듯해 자존심이 상할 수 있지만, 몇 달 후 고강도 구간에서 폭발적으로 회복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도로 위에서 흘리는 땀과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시간 될때, 시간을 쪼개서라도 자전거를 꺼내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페달을 돌려 보자. 어느새 몸과 마음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