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셀프 피팅, 무릎 통증 줄이고 속도 올린 비결

피팅이란 단어를 전혀 모르던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 등교로 타고 다닐때부터 30대가 되어 다시 자전거를 타게 된 뒤에도 자세히는 몰랐다. 알톤 하이브리드 자전거에 올라타고, 페달을 돌리는 것만으로 스트레스 털어버리며 자유를 만끽하던 순간들. 안장 높이나 핸들 위치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다 로드바이크로 기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허리가 저리고, 무릎이 쑤시고, 엉덩이가 아팠다. 자세는 점점 무너지고, 회복이 늦어지는게 반복되었다. 놓치고 있는건 나에게 맞는 피팅이었다.

피팅, 단순한 조정이 아니다

피팅은 자전거의 부품을 몸에 맞추거나 몸을 규격화된 자전거에 끼워 맞추는게 아니다. 내 몸과 자전거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학적인 조정 과정이다. 라이더의 신체 구조와 유연성, 근력 분포, 라이딩 스타일 등을 고려해야 한다. 무릎이 페달보다 얼마나 앞으로 나와야 하는지, 안장은 몇 도 기울어야 하는지, 클릿은 발바닥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이 모든 요소가 맞물려 있는 것이다. 이런걸 무시하고 그냥 탔으니 몸에 쌓이는 데미지가 어마어마 했던 거다.

장거리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라면 피팅은 무조건 필수 사항이다. 같은 자세로 몇 시간씩 수천 번의 페달을 돌리면, 작은 차이가 무릎 통증, 허리 부상, 목 결림 등 다양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팅으로 생긴 변화

비앙키 임풀소 53 모델을 타던 시절, 피팅을 소홀히한 문제에 부딪혔다. 장거리 라이딩의 욕심도 생기니 과욕으로  몸은 확실한 데미지를 받았다. 안장 통증으로 엉덩이는 부었고, 오른쪽 무릎위 안쪽이 바늘로 찌르듯 아파왔다. 결국 구입했던 샵을 찾아 정비겸 피팅을 받았다. 진행된 피팅으로 내 몸의 불균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른쪽 다리가 미세하게 짧고, 클릿 각도도 어긋나 있었다. 안장 높이와 전후 위치, 핸들바 높이 전반적인 조정한 후에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통증이 사라지게 되었다.

자전거 피팅 전후 각 지표별 개선 효과를 보여주는 비교 차트

가장 극적인 변화는 페달링 좌우 밸런스였다. 양다리의 파워측정에서도 오른쪽 다리가 훨씬 높은 파워를 내는 것으로 나와 페달링의 문제점도 파악되었다. 피팅 전에는 6:4로 한쪽 다리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었는데, 피팅 후에는 5:5의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허벅지 앞쪽만 쓰던 페달링이 엉덩이 근육과 햄스트링, 종아리 근육등 모든 다리 근육을 사용하는 패턴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라이딩 테스트의 결과는? 피로가 현저히 줄었고, 잘잘한 통증도 느껴지지않고, 회복 컨디션도 빨라졌다.

자전거가 바뀌면 피팅도 다시

올 봄, 기존에 타고 있던 비앙키 임풀소에서 거스토 듀로 105 Di2 모델로 기변했다. 가장 큰 차이는 프레임 재질이었다. 이전에는 알루미늄이었지만, 거스토 듀로는 T1000 등급의 고급 카본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지오메트리도 훨씬 공격적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이전에 맞췄던 피팅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없었다. 사이즈는 ML로, 키 180cm인 내게 맞는 사이즈였지만 실제 셋업에서는 전혀 다른 피팅이 필요했다.

자전거 유형별 피팅 중요도, 비용, 소요시간 비교

이번에는 거스토 듀로 인수시에 샵에서  피팅을 받았다. 다리 각도, 인심을 재고 안장 높이를 조정하고, 핸들 드롭의 깊이, 안장 후퇴량, 클릿 위치까지 새롭게 측정해서 나에게 맞는 지오메트리를 설정했다. 실제 주행을 해보니 여러모로 업글된 사양에 적용된 피팅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거스토 듀로의 프레임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자세를 1~2도만 바꿔도 페달링 느낌이 달라졌다. T1000 카본 소재 특유의 강성과 반발력 덕에, 라이딩 중에 전달되는 피드백이 아주 명확해 짐을 느껴졌다.

피팅 이후 가장 크게 체감된 변화중의 하나는 자세 유지 능력이었다. 듀로 자체가 에어로 모델이라 필요했던 에어로 포지션이 이전에는 힘들게 느껴졌는데 조정하고 나니 허리숙인 상태에서 잡고 달리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고, 엉덩이나 손목의 통증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장시간 라이딩시 손목이 저리는 증상도 거의 사라졌고, 안장 부위의 압박감도 감소했다. 평균 속도는 크게 변한 것 같진 않다, 하지만 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소모량은 눈에 띄게 줄어든 느낌이다. 이전보다 더 가볍게,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소득이라 하겠다.

가능한 셀프 피팅하기

현실적으로 자전거를 타시는 모든 라이더가 전문 피팅샵을 찾아가 시간과 돈을 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입문 초기에는 피팅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고, 필요성을 느겼을때는 샵에서 피팅을 받았지만 매번 이용할 수는 없으니 결국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과 전문 블로그 글들을 참고하며 셀프로 조정해보는 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손댄 것은 안장 높이였다. 안장이 그나마 쉽게 세팅할수 있는 1순위 인 것 같다. 자주 언급되던 ‘레몽드 공식’, 즉 인심 길이 × 0.883을 기준으로 계산해 안장을 설정하고, 실측값을 기준으로 안장 중심에서 크랭크 중심(BB)까지의 높이를 조절해 보는 것이다.

  • 인심 길이를 정확히 측정
  • 인심 길이 × 0.883 = 안장 높이 (BB중심에서 안장 상단까지)

또한 ‘뒤꿈치 방식’도 시도해 봄직하다. 클릿 없이 일반 운동화를 신은 상태에서 페달에 뒤꿈치를 올려 다리가 완전히 펴지는 높이를 찾고, 실제 라이딩에서 클릿 슈즈를 신었을 때 자연스러운 무릎 각이 나오도록 안장을 조금 낮춰주었다. 클릿 슈즈의 클릿 위치를 조절하는 것도 해볼만한 피팅이다. 발볼의 중심이 페달축과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조금씩 변경해서, 페달링해보고 불편하면 클릿위치를 살짝 변경후 다시 페달링 반복 하다보면 가장 편안한 위치를 찾게 된다. 이런 방식만으로도 단기적인 통증 감소나 페달링 편안함은 체감할 수 있다.

셀프피팅 우선순위

피팅단계 중요도(1-10) 셀프피팅 가능성 전문 피팅 필요성
안장높이 10 9 3
안장 전후위치 9 7 6
안장 각도 7 8 5
핸들 높이 8 6 7
핸들 거리 8 5 8
클릿 위치 9 4 10
클릿 각도 8 3 10
브레이크 레버 6 7 5
  • 즉시 가능 : 안장높이, 안장 각도 (셀프 피팅 가능함)
  • 단계적 시행 : 안장 전후 위치, 핸들 높이(기본 지식 필요함)
  • 피팅샵 필요 : 클릿 위치/각도, 핸들 거리 (정밀 측정 필요함)

전문성에서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핸들바 리치나 드롭같은 경우다. 핸들바까지의 거리나 드롭 깊이는 허리와 목의 부담을 직접적으로 좌우하지만, 셀프 피팅으로는 자신의 골격 구조나 유연성을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눈대중과 감각에만 의존하게 되고, 그 오차는 라이딩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스란히 누적되는 것이다. 결국 셀프 피팅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조정’이지, 몸에 완전히 최적화된 세팅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초기 입문자라면 기본적인 피팅 원리를 이해하고 체험해보는 단계로써는 충분히 의미있다고 본다. 문제는, 작은 통증이라도 계속된다면 큰 부상이 따라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피팅샵을 방문해야한다.

피팅 후 모니터링, 진짜 시작은 그 다음이다

피팅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라이딩이 그 시작이다. 내 경우 보통 피팅 직후 2주 정도는 낯선 자세에 적응하느라 생각보다 몸에 부담이 가는 느낌이 든다. 엉덩이 근육은 압박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허벅지 뒤쪽은 당김도 더해지는 것 같고, 페달링 리듬이 기존과 달라져서 그런지 자잘한 피로가 누적되는 이상한 느낌들.

하지만 3~4회차의 라이딩이 지나자 변화가 느껴졌다. 처음에는 불편했던 안장 위치가 이제는 더 안정적으로 느껴졌고, 허벅지 앞쪽에 집중되었던 근육 사용이 엉덩이와 햄스트링, 종아리, 다리 전반으로 분산되면서 피로도가 줄어들었다. 한 달이 지난 시점에는 자연스럽고 가벼운 주행이 가능했고, 라이딩 자체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샵에서 말하길, 피팅 후 1주, 1달, 3달 단위로 점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즌이 바뀌거나, 장비(안장, 신발 등)가 바뀔 때마다 조정은 필요하고. 정기적 점검으로 피팅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고 한다.

피팅은 나를 더 오래, 더 멀리 데려가는 기술

처음 피팅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발 닿는 대로 페달을 밟고, 앉기 편한 높이에 안장을 맞췄다. 너무 생각없이 타기만 했다. 라이딩이 단순한 취미에서 내 일상이 되었듯이, 피팅도 익히고 익숙해져야 한다. 고통 없이 오래 달리고 싶다면, 목표로 하는 기록을 향해 조금이라도 더 가고 싶다면, 피팅은 반드시 거치고 익숙해져야하는 습관이다. 자전거는 몸에 맞춰야 진짜 내 것이 되는 것이다.

비앙키에서 거스토로 6년만의 기변, 성능체감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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