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시작됐다. 자전거를 제대로 타고 싶다면, 의류 선택 부터 고민해야 한다. 반팔 저지, 반바지 하나 입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몇 해 동안 여름의 태양 아래 흐르는 땀에 식지 않고 피부가 따갑게 타들어가는 상황을 몇 번 겪어 보니, 기능성 소재의 의류와 자외선 차단의 중요성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여름철 사이클링 웨어를 어떻게 골라야 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착용해본 용품 위주로 얘기해 보겠다.

무더운 날씨에, “면티 입고 나가면 지는 거다”
여름철에 특히 라이딩시에 의류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바로 원단일 것이다. 초보 시절에는 별생각 없이 면티에 반바지를 입고 나간 기억이 있다. 땀에 젖은 티셔츠가 등에 달라붙고, 바람이 통하지 않아 열기가 고스란히 머리에 몰려 어지러웠던 경험. 라이딩이 끝나면 상쾌해야 되는데 피로에다가 불쾌감까지 밀려오는 상황 들이었다. 그 뒤로는 기능성 원단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게 되어, 온라인에서 추천하는 흡습속건 기능이 뛰어난 제품 부터 사용했었다. 전문 브랜드 중에서는 카스텔리(Castelli)를 처음 사용했다. 몇 년 전 부터는 한강에서 라이딩 교복이라 불리는 라파(Rapha)만 줄 곧 착용하고 있다. Rapha의 폴리에스터 혼방 소재나 Castelli의 통기성 좋은 메시 원단은 땀을 빠르게 날려주고, 장시간 라이딩에도 쾌적함을 유지해주는 공통점이 있다. 땀이 많고 체온이 쉽게 오르는 체질이라면, 일반 면소재는 선택지에서 아예 제외하자! 아래 세가지 사항만 만족한다면 여름철 라이딩 의류로 적합하다.
- 흡습속건 기능: 땀을 빨아들이고 즉시 건조시켜 피부를 쾌적하게 유지
- 통기성: 달릴수록 공기가 순환되며 열기를 밖으로 배출
- 자외선 차단: 기능성 원단은 SPF 기능을 탑재한 경우가 많아 피부 보호 가능
덥다고 무조건 벗는게 답이 아니다
여름 날씨라 해도 반팔과 빕숏 한 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9월 한 낯, 온도계가 35도를 넘는 날에 화성시청 부터 궁평항을 거쳐 화성방조제를 왕복했던 때이다. 너무 얕잡아 본게 탈이었다. 실제로는 라이딩하는 날마다 기온뿐 아니라 습도, 햇볕 세기, 주행 시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입는 조합을 세밀하게 바꿔야 한다. 라이딩 중 땀과 햇볕으로 고생한 경험이 쌓여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착용하고 있다.
| 체감온도 | 상의 | 하의 | 기타 액세서리 |
|---|---|---|---|
| 20~25°C | 반팔 저지 + 얇은 베이스레이어 | 빕숏 | 선글라스, 반장갑 |
| 25~30°C | 메시 저지 | 통기성 빕숏 | 암토시(자외선 차단) |
| 30~35°C | 초경량 메시 저지 | 통풍 빕숏 | 쿨링 스카프, 물통 2개 |
| 35°C 이상 | 민소매 저지 + 속건 언더레이어 | 초경량 빕숏 | 휴식 간격을 짧게, 그늘 주행 권장 |
쨍한 햇볕과 습한 날씨에 나서는 건 몸과 장비 모두에게 부담이 큰 일이다. 지금은 민소매 저지에 냉감 언더웨어를 함께 입고 출발한다. 출발 전에 물을 한 병 더 챙기고, 중간 지점쯤에 도착하면 편의점에서 아이스컵을 사서 그 얼음을 그대로 헬멧 안으로 부어 넣기도 한다. 얼음이 녹아 흐르니 머리를 식혀주는 그 느낌은 실제로 체온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근적해 보이기는 한데, 그 뒤로는 더위를 이기는 루틴이 되어 버렸다.

자전거 의류 브랜드별 체감, 극히 개인적리뷰
Rapha (라파)
- 가격: ₩20~40만원 (세일기간이나 아카이브 카테고리제품은 저지는 12~14만원, 빕숏은 20만원 초반대에 구입가능)
- 특징: 메리노울 혼합, 완벽한 핏, 미니멀 디자인
- 사용감: 내구성 뛰어나고 5년 이상 착용 가능, A/S요청시 수선하는 경우도 있지만 새제품으로 교환도 해주는 경우가 있슴
Castelli (카스텔리)
- 가격: ₩15~30만원
- 특징: 레이싱 핏, 스포티 디자인, 방풍 기능 탁월, 붉은 바탕의 흰색 전갈로고가 시인성을 높여줌
- 사용감: 여름용 저지는 땀 빠짐과 통기성 최고 수준
아덴바이크
- 가격: ₩5~15만원
- 특징: 국내 브랜드,입문자용, 캐주얼 디자인, 가격 접근성 높음
- 사용감: 중,장거리 모두 무난함, 2년 정도 사용하면 원단 텐션이 떨어짐
브랜드 마다 장단점도 있지만 대체로 다 만족스럽게 착용했다. Castelli 저지와 빕를 입으면 확실히 몸을 잘 잡아준다. 땀에 젖은 채로 페달링을 이어가도 원단이 들러붙거나 헐렁거리지 않고 몸에 밀착돼 안정감을 더해준다. 특이한점은 단점이라고도 하는데 여름철 쨍한 야외에서는 빕의 엉덩이 부분이 빨갛게 보여 민망함과 함께 웃겨 보이기도 한다. Rapha는 다른 브랜드 보다 사이즈가 좀더 작은 느낌을 준다 다른브랜드의 L사이즈를 입는다면 라파는 M사이즈를 착용해도 된다. 쪼이는 맛이 있고, 역시 감성비와 하차감이 더해서 만족스럽다.

비싸긴 해도 세일기간을 노린다면 적절한 가격에 득템 할 수 있다. 국내 브랜드도 여러개를 사용해 봤는데 대부분은 중국 저가 수입제품이라 실패했다. 보통이상으로 좋았던 기억이 아덴바이크 제품인데 디자인도 심플하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서 초보시절 애용했었다. 개인 마다 선호하는 브랜드는 갈리게 마련이다. 예산과 몸에 맞고 맘에 드는 디자인의 브랜드라면 더할나위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자전거 의류 세탁과 관리, 자전거보다 섬세하게 다루자
세탁법
라이딩 후 의류를 세탁할 때는 무조건 손세탁으로 진행한다. 세탁기에 넣는 순간부터 기능성 원단은 수명을 단축하게 된다. 자전거 저지와 빕숏에는 얇은 메시, 고기능 폴리에스터 소재가 쓰이는데, 세탁기 회전에 의해 섬유가 뒤틀리고 코팅층이 벗겨질 수 있다. 세탁 전에는 옷을 뒤집고, 찬물보다 살짝 미지근한 30도 이하 물에 담가 3분 정도 불리는게 좋다. 이후 손끝으로 조물조물 주무르며 땀과 먼지를 제거하면 된다다. 때가 많은 부위는 손바닥으로 원단을 서로 비비는 방식으로 닦아낸다. 마지막 헹굼은 2~3회 반복하며 세제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한다.
- 손세탁 원칙: 세탁기 금지 (원단 손상, 기능성 저하)
- 중성세제 사용: 울샴푸, 자전거 의류 전용 세제 추천
- 물 온도: 30°C 이하 미지근한 물
- 순서: 3분 불림 → 조물조물 주무르기 → 오염 부위 비비기 → 흐르는 물에 2~3회 헹굼
건조법
세탁만큼 중요한 것이 건조다. 패드바지는 꼭 뒤집어서 말리고, 옷걸이에 걸어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 햇빛 아래에 두면 원단의 색이 바래고, 기능성까지 손상되므로 직사광선을 피한다. 열풍 건조기는 절대 금물이다. 짧은 시간에 말리려다 옷을 망치기 십상이다. 물기를 짤 때는 강하게 비틀지 않고 수건으로 톡톡 눌러 물을 흡수시키는 방식이 좋다.
- 자연 건조: 직사광선 피하고 그늘에서 통풍되게
- 형태 유지: 옷걸이 사용, 패드 바지는 뒤집어서 건조
- 절대 금지: 건조기, 강한 햇빛, 비틀기
보관법
보관은 건조 후의 마무리 과정이다. 완전히 말린 상태에서 통풍이 잘 되고 직사광선을 피한 곳에 걸어두는 것이 이상적이다. 플라스틱 박스나 서랍장에 보관할 경우, 탈취제를 함께 넣어두면 냄새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단, 비닐봉지에 밀봉하는 방식은 곰팡이의 원인이 되므로 피해야 된다. 여름철의 습한 날씨엔 통기성과 청결 상태 유지가 의류 수명을 좌우하게 된다.
- 완전 건조 후 보관: 곰팡이 방지
- 통풍 좋은 곳: 습기 적고 직사광선 피한 환경
- 비닐 금지: 공기 안 통해 냄새, 곰팡이 유발
Rapha 저지는 색 빠짐과 섬세한 소재의 손상을 막기 위해 항상 단독으로 세탁하는 편이다. 세탁할 땐 뒤집어서 손으로 조심스럽게 조물조물 세척하고, 찬물로 여러 번 헹궈 마무리한다. 간혹 레이어가 손상되지 않도록 세탁 전 수건으로 전체를 감싸서 물에 담그고 부드럽게 문질러 세탁하기도 한다. 가능한 한 오래 입기 위해서 세탁망에 넣어 탈수후에 그늘에서 바람 잘 통하는 곳에 걸어서 말린다. 손이 많이 가지만, 잘 관리하면 매 시즌마다 새 옷 살 필요는 없게 된다.
의류 교체 시기, 냄새가 남아있다면 적기
아래와 같은 징후가 보이면, 더 이상 버티기보다는 교체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 패드 주변 늘어짐: 착용 후 안장 위에서 몸이 고정되지 않고 미끄러지는 느낌이 든다면 소재의 탄력이 떨어진 것이다.
- 소재가 얇아져 속살이 비침: 햇빛에 비쳤을 때 피부색이 드러난다면 원단의 수명이 끝난 것이다.
- 계속되는 냄새: 세탁 후에도 냄새가 남는다면 섬유 내부까지 땀 성분이 침투된 것이다.
- 흡습속건 기능 저하: 땀이 증발하지 않고 끈적임이 남아있다면 원단 구조 손상으로 쿨링 기능이 사라진 상태다.
자전거를 탄 후에는 곧바로 세탁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널어 충분히 말리지만, 반복적인 땀과 열에 의한 잔여 냄새는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쌓이는데, 매년 시즌이전에 한 벌씩 새 제품을 준비하는 편이다, 오래된 저지는 즈위프트 실내용으로, 또는 짧은 도심 라이딩용으로 돌려 사용한다. 기능성이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활용하되, 냄새와 소재 변화는 빠르게 눈에 캐치되니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된다.
장비도 중요하지만 관리가 더 중요
라이딩에서 중요한게 자전거이지만, 여름철에는 그 두 바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무엇을 입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이다. 기능성, 자외선 차단, 통기성, 브랜드의 특성과 가격까지 모두 고려해 자신만의 여름철 세트를 마련해야 한다.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라이딩이 되려면 장비나 의류를 세심하게 세탁하고 건조하며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땀이 아니라 장비가 라이딩의 질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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