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위프트 스마트로라와 실외 라이딩, 뭐가 더 힘들까?

과연 실내에서 스마트로라로 이용하는 즈위프트가 겨울과 장마시즌에 꾸준히 탈 수 있는 최고의 훈련 도구일까? 겨울엔 실내에서, 여름엔 해안선을 따라. 어느 한쪽 만으로는 언제나 부족한 듯하다. 스마트로라 위에서 페달을 밟으며 즈위프트 데이터로 운동을 정리하고, 실외에서는 바람과 노면에서의 감각을 깨웠다. 엘리트 디레토 XR과 즈위프트로 맞춘 실내 루틴, 그리고 시화호와 대부도를 달리며 익힌 실전 감각. 운동은 같지만 느껴지는 건 완전히 다르다.

즈위프트 스마트롤러와 실외 라이딩, 뭐가 더 힘들까?


겨울철 라이딩의 유일한 대안

2020년 겨울, 창 밖은 눈이 오고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는 뻔한 한국의 12월 ,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즈위프트 속 가상 세계를 달리고 있었다. 엘리트 디레토 XR에 비앙키 임풀소를 고정시키고, 라파에서 주관하는 페스티벌 500에 참가하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500km를 타야하는 미션 페스티벌. 참가비도 없고 실물 메달도 없지만 일주일에 500? 한 번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라파에서 주는 완료 인증 배너 하나를 목표로 도전했다. 페달을 돌릴수록 저항이 따라 올라오고, 화면 속 라이더는 가상의 알프스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다. 밖에선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지만, 실내에서는 분명히 발전하고 있었다.rucian 122

처음 시작한 스마트로라를 이용한 즈위프트는 단순히 야외 라이딩의 대안 만은 아니었다. 개념없이 무작정 라이딩 하던 방식을 몸에 맞게 수정해 가면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작정 페달만 돌리는 것에서 벗어나, FTP 값을 기준으로 파워존을 설정하고, 20분 인터벌이나 SST(Sweet Spot Training), 템포 라이드와 같은 목적성 있는 세션을 루틴으로 쌓아갔다. 훈련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을 다음 주의 계획으로 연결하는 과정 자체가 자연스러워졌고, 내 컨디션의 흐름을 파악하는 감각도 생기게 되었다.rucian 118실외에서는 바람 방향, 차량의 흐름, 주행 중 만나는 예기치 못한 변수들에 반응하느라 신경이 분산되지만, 실내에서는 오롯이 내 출력, 자세,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몸 상태를 수치로 확인하고, 실수를 기록하며 다음 라이딩에 반영하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처음으로 ‘훈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실외로 나간다는 것 – 예상과 다른 차이들

날이 풀리자 곧장 시화호 방조제로 향했다. 오랜만의 실외 라이딩이었다. 실내에서 1시간 넘게 250와트 이상을 유지하며 훈련했던 만큼 자신 있었는데, 막상 업힐 하나를 넘기기조차 힘겨웠다. 발끝부터 허벅지까지 무게가 달라졌다. 그날은 초속 4~5m의 맞바람이 몰아치고, 페달을 밟을 때마다 바람이 앞을 막았다. 실내에서 경험할 수 없는 저항이었다. 실내에서 서큘레이터로 바람흉내 내는 정도라면 온 몸으로 체감되는 바닷바람은 페달링에 충분히 영향을 주고 있었다

나중에 정리한 기록을 보면, 시속 18km로 맞바람을 뚫고 나아가는 데 필요한 힘이, 무풍 상태에서 시속 36km로 달릴 때와 맞먹는다고 했다. 체감은 숫자보다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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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세. 실내에서는 화면만 보고 중심만 유지하면 됐지만, 실외에서는 다 달랐다. 핸들링의 미묘한 조정, 코너에서의 무게 이동, 브레이크를 당기는 타이밍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특히 차량과 보행자, 노면 상태까지 신경 써야 하는 환경은 자전거를 ‘탈 줄 아는 것’과 ‘다룰 줄 아는 것’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라이딩은 다리 근육만으로 성립되지 않았다. 시선, 중심, 주변에 대한 인식이 모두 어우러져야 했다.


체감 난이도 – 어느 쪽이 더 힘든가?

스마트로라에서 고강도 훈련을 진행할 때는 집중력 소모가 크다. ERG 모드로 설정한 상태에서는 일정한 파워를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므로, 중간에 강도를 낮추거나 숨을 고를 틈이 생기지 않는다. 한 시간 내내 같은 와트를 유지하는 훈련은 체력뿐 아니라 멘탈도 시험에 들게 만든다. 단조로운 환경 속에서 반복되는 훈련은 몸보다 먼저 머리가 지치는 경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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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실외는 날씨와 지형이 체감 난이도를 결정짓는다. 시화방조제처럼 바람이 강한 지역에서는 페달을 돌리는 매 순간 마찰을 느끼게 된다. 평지라도 맞바람을 마주하면 업힐처럼 느껴지고, 경사도 높은 오르막에서는 순식간에 심박이 치솟는다. 여름에는 땀이 피부에 그대로 맺히고 증발되지 않아 열감이 쌓이고, 겨울에는 찬 공기 때문에 코와 목이 금방 시려온다. 또한 함께 타는 이들과 그룹을 이루면 드래프팅으로 체력을 절약할 수 있지만, 혼자 탈 경우 바람을 정통으로 맞아야 하므로 에너지 소모가 커진다. 혼자일수록 더 정확하게 리듬을 유지하고, 더 많이 계산하며 타야 한다는 부담도 따라온다.

스마트로라 vs 실외 라이딩 – 장단점 정리

구분 스마트로라 실외 라이딩
장점 – 날씨에 상관없이 훈련 가능
– 정확한 파워 측정과 관리
– ERG 모드 통한 체계적 루틴
– 야간에도 조용히 가능
– 풍경과 자연의 감각적 경험
– 다양한 기술 훈련 가능
– 드래프팅 효과 통한 효율적 주행
– 균형 감각, 핸들링 훈련 포함
단점 – 실전 감각 부족
– 밸런스 훈련 불가능
– 드래프팅 미구현
– 자칫 단조로울 수 있음
– 날씨·기온에 따라 제약 큼
– 사고 위험 존재
– 일정 유지 훈련 어려움
– 장소 이동의 제약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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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G 모드와 SIM 모드의 차이점

스마트 트레이너를 사용하는 동안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모드 선택’이다. 대표적인 두 가지 모드, ERG와 SIM은 훈련 방식과 체감 난이도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항목 ERG 모드 SIM 모드
저항 방식 고정 파워 유지 경사도/환경에 따른 변동
훈련 목적 FTP, 인터벌 등 정밀 훈련 실제 도로 시뮬레이션, 감각 유지
난이도 체감 일정하지만 심리적 피로 높음 변화 있지만 실외 유사성 높음
활용 예 파워 기반 훈련 루틴 즈위프트 레이스, 가상 코스 라이딩

스마트로라의 강점 – 정확성과 지속성

스마트로라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한 수치 기반 훈련’이다. FTP 260 기준, 88~94% 구간에서 20분 3세트 SST 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실내가 아니면 힘들다. 그리고 야간에도 소음만 조심하면 훈련이 가능하다. 하루 일과를 마친 밤 10시에도 운동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었다.

정확한 파워 측정과 데이터 관리는 훈련의 객관성과 지속성을 높여준다. 내가 사용 중인 엘리트 디레토 XR은 ±1.5% 수준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으며, 즈위프트와 연동하면 FTP, 평균 파워, 케이던스, TSS 등 주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디레토 XR은 ERG와 SIM 모드 모두 지원하고 있어, 상황에 맞는 훈련 환경 조성이 용이하다. 한 달 간의 데이터 로그를 바탕으로 훈련 패턴을 분석하고, 부족한 구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면서 실력과 체력을 차근차근 쌓아갈 수 있다.


실외의 매력 – 감각, 기술, 그리고 자유

실외 라이딩의 진짜 매력은 숫자나 데이터로 정리되지 않는다. 한강 고수부지, 대부도 해안도로, 북한강,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수면이 반짝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달릴 때, 그 순간만큼은 자전거가 운동이 아니라 풍경을 통과하는 감각처럼 다가온다. 멀리 펼쳐지는 바다를 마주할 때의 해방감은, 아무리 고화질 스크린과 시뮬레이터라도 구현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그 경험은 타는 순간에만 존재하고, 지나가면 그대로 사라지는 기억으로 남는다. 그렇기에 실외는 특별하다.

실외는 기술 훈련의 장이기도 하다. 코너링, 다운힐, 페이스 조절, 라인 잡기 등 실제 로드바이크 핸들링에 필요한 대부분의 스킬은 도로 위에서 몸으로 체득해야 한다.

드래프팅 효과란 무엇인가

드래프팅은 로드사이클에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앞사람의 뒤에서 바람을 피하며 주행할 때, 공기 저항이 줄어들기 때문에 동일한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소모되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실제로는 최대 30%까지 파워를 아낄 수 있으며, 장거리 라이딩에서는 체력 분배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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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라이딩에서 드래프팅이 잘 이뤄질 경우, 선두 주자의 뒤에 줄지어 붙어 있는 형태가 만들어진다. 이때 가장 큰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는 위치는 3번째에서 5번째 라이더라고 한다. 정면 공기 저항을 받는 첫 번째 라이더는 힘이 들지만, 그 뒤를 따르는 라이더들은 바람막이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편안한 속도로 주행할 수 있다. 다만 이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리어 휠과의 거리 유지, 호흡의 싱크, 그리고 로테이션 타이밍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

이러한 드래프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팀워크와 집중력, 주변 인식이 결합된 복합 능력이다. 단 한 명의 자그마한 실수로도 그룹 전체가 낙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감도 함께 동반된다. 실내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드래프팅은 실외 라이딩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남는다.

스마트로라의 한계?

스마트로라는 정확한 파워 기반 훈련과 시간 제약 없는 활용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실전성이라는 면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우선 자전거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균형 감각을 활용한 라이딩 스킬을 익히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업힐에서의 상체 자세 변화, 내리막에서의 무게 이동, 급정거 시의 제동 감각은 실내에서는 체득하기 어렵다. 고가의 스마트 장비들이 구현해 주기도 하지만 가성비가 너무 떨어져 보인다.

또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도 길러지지 않는다. 실외에서는 갑작스러운 바람 방향, 도로의 미세한 요철, 도심의 차량 흐름 등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지만, 스마트로라는 복잡성을 제거한 상태에서의 반복 훈련이다. 덕분에 루틴에는 유리하지만, 변수에 대처하는 능력은 따로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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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장시간 이용 시 단조로움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화면 속 아바타가 아무리 실감나게 움직여도, 실제 풍경과 사람의 온기, 땅의 질감이 주는 감각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한다. 정체기에는 실내 훈련만으로는 동기부여가 어려워질 수 있고, 그럴 땐 실외 라이딩이 다시 큰 자극이 되어주기도 한다.


함께 즐겨야 완성된다

스마트로라와 실외 라이딩은 상호 보완 관계다. 실내에서는 정밀하고 꾸준한 체계적 훈련을 쌓고, 실외에서는 감각과 기술, 지형 적응력을 훈련한다. 나는 겨울엔 스마트로라 파워를 쌓고, 봄이 오면 대부도로 나가 그 힘을 실제 도로에서 시험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내 몸이 ‘자전거를 잘 타는 몸’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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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두 세계를 오가며 균형 있게 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안다. 파워미터의 숫자도, 야외라이딩에서 마주하게 될 언덕의 버거운 경사도, 그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다. 로드사이클은 결국 ‘사람이 타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여름 우중 라이딩,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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