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우중 라이딩,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준비하자

무더위와 빗속의 라이딩

장마철이 다가오면 우중 라이딩을 해야하는 이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생기기 마련이다. 즈위프트에 올라타 실내에서 땀을 흘릴 것인가, 아니면 빗속을 뚫고 미끄러운 도로를 달릴 것인가. 내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전 부터 날씨는 변덕스럽고 기상청 예보는 맞지 않고, 자주가는 대부도나 화성 신외리 코스를 타다 보면 어느샌가 떨어지는 소나기에 흠뻑 젖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럴 때마다 안전하게만 타자라고 되내였는데, 결국 준비된 라이더와 그렇지 않은 라이더의 차이는 ‘장비 관리’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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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공기압, 여름에는 달라야 한다

여름철 도로를 달릴 때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이 타이어의 반응일 것이다. 아스팔트 위에 뜨거운 열기가 깔리면 타이어 내부의 공기 역시 팽창하게 되는데, 기존의 표준 공기압을 유지한다면 타이어에 과도한 압력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여름 한 낮 주행할 때면 타이어가 부풀어 올라 단단하게 되면서, 노면의 작은 균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로드바이크의 공기압을 평소보다 10psi 낮춘 90psi로 조정하는 것이 주행에 알맞다. 또한 비가 올때는 85psi 정도로 내려서 타이어 접지면이 넓어지게 해서, 젖은 노면에서도 불안한 느낌이 줄도록 만들어 준다. 기온과 습도에 따라 타이어 반응이 바뀌는 만큼, 정해진 수치보다는 계절과 도로 조건에 따라 자주 확인하고 조정하는 습관이 여름철 라이딩의 필수 체크 사항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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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에는 습식 오일을 체인에 사용하자

건식 오일을 쓸 때는 체인의 움직임이 가볍고 소음이 적어 라이딩 내내 기분이 좋다. 하지만 비를 맞고 돌아온 날 이후가 되면, 체인은 거칠게 마찰음을 내기 시작하고 오일은 벌써 모두 씻겨나간 뒤였다. 샵이나 다른 라이더들의 추천으로는 우중 라이딩 전후에 습식 오일이 오히려 좋다는 말을 듣고 여름철이면 습식 오일을 사용하게 되었다. 점성이 높아 체인에 오래 남아 있기도 하지만, 진흙이나 물과 섞여도 기본적으로 윤활 기능을 유지해주는 장점이 있다. 체인에 바르는 법도 중요한 포인트다. 체인에 오일을 바른 후 최소 5분 정도 기다린 뒤 겉면에 묻은 잔여 오일은 반드시 닦아내야 한다. 남은 오일에 흙과 모래가 들러붙으면 체인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체인 소리와 회전시 페달링 느낌으로 오일이 잘 발렸는지는 금세 알 수 있다.

브레이크? 비올땐 특히 주의해야한다

몇 년 전 여름 주말 아침에 서울 동작 고수부지부터 강원도 춘천으로 라이딩을 한 적이 있다. 가평 자도를 달릴 때 갑자기 내린 비로 인해 림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난감 했던 경험이 있다. 브레이크를 잡았는데도 자동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듯 자전거는 원하는 만큼 멈춰주지 않았다, 제동 거리가 길어져 하마터면 자도가의 난간에 부딧히는 사고가 날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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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표면이 젖어있다는 게 이렇게 큰 영향을 주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나머지 구간 동안 미끄러지는 자전거를 제동하느라 브레이크는 두 손가락으로 강하게 눌러야 했고, 정지선 앞에서 멈추기 위해 평소보다 더 일찍 속도를 줄여야만 했다. 그 뒤로는 림브레이크를 쓸 경우 항상 비 오는 날의 제동력을 감안해 주행 속도 자체를 낮추고 있다. 기변 이후 사용해본 디스크 브레이크는 제동력이 더 안정적인 편이지만, 그 역시 빗물에 섞인 먼지와 모래로 인해 패드 마모가 빨라진다는 점에서는 림브레이크와 다를 바 없다. 브레이크 종류와 관계없이, 비 오는 날에는 항상 제동 거리와 패드 상태를 신경 쓰며 달려야 한다. 되도록이면 우중 라이딩은 추천하지 않겠다.

우중 라이딩 후, 자전거 건조하기

빗길을 주행 후 자전거는 프레임과 체인 주변에 말 그대로 흙탕물이 튄 흔적이 가득하기 마련이다. 보통의 경우 제일 먼저 자전거를 양손으로 들어 올려 몇 번 가볍게 털어낸다. 기본적인 물기를 빼는 데에는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 다음에는 마른 수건으로 프레임과 체인스테이, 휠 림 부분을 차례로 닦아낸다. 특히 림의 경우에는 브레이크 성능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더욱 꼼꼼하게 닦아준다. 일부 라이더들은 세차장에서 차 세자하듯 고압 세척기로도 이물질을 없애는데 이건 무조건 비추다. 한 번 베어링 안쪽까지 물이 들어가면 안에서 녹이 생기기 시작해서, 회전이 둔해지는 걸 체감하게  될 것이다. 차라리 흐르는 수돗물로 작은 브러시와 물티슈를 이용해서 손세차 하듯 자전거를 부드럽게 닦아주자. 이런 관리가 갑자기 생길 수 있는 자전거 손상이나 주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사고들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순서 작업 내용 소요 시간 주의사항
1 자전거를 가볍게 들어 물기를 털어냄 1분 프레임 충격 주의, 수직으로 잡기
2 마른 수건으로 프레임과 휠 닦기 5분 림 브레이크 면은 별도 수건으로 처리
3 체인 분리 및 따로 세척 10분 디그리서 사용 후 완전히 건조
4 프레임을 거꾸로 세워 자연건조 12~24시간 통풍 잘 되는 장소, 직사광선 피하기
5 헤어드라이어로 내부 부품 열풍 건조 3~5분 베어링부는 열 과다 주의
6 방청제(WD-40 등) 분사 1분 체인, 싯포스트, 헤드캡 안쪽에 고르게 분사

체인과 스프라켓을 분리할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불가능하다면 체인만이라도 풀어서 세척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싯포스트, 헤드캡처럼 위로 열려있는 구조물 내부에 물이 고이게 되니 프레임을 거꾸로 세워놓고 하루 정도 말리는 것도 팁이다. 가능하다면 헤어드라이어로 건조시킨 후 WD-40 같은 방청제를 뿌려(적당량 다른부위에는 닿지 않도록) 내부 부식을 방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구리스 도포와 베어링 보호

왠만한 라이더라면 비가 오는 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온 후, 베어링 부위에 소리가 나는 걸 듣거나 회전이 부드럽지 않다는 걸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헤드셋, 바텀브래킷(B.B.), 풀리, 허브처럼 자주 움직이면서도 외부에 노출된 부위는 물기와 이물질로 인해 빠르게 손상될 수밖에 없다. 우중라이딩이 아니라도 정기적으로 내수성 그리스를 발라 주는게 좋다. 점도가 높아 빗물에 쉽게 씻겨 나가지 않고, 금속과 금속 사이에 보호막처럼 오래 머물러 손상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실내 보관이 가능할 때는 문제가 적지만, 실외에 둘 때는 자전거 커버를 씌우거나, 커버 속 온도와 습기를 줄이기 위해 자주 닦아주어야 한다. 차에 내부에 실어서 이동할 때는 온도가 빠르게 오르기 때문에 자전거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주차 후 창문을 살짝 열어두거나 주차 장소를 그늘진 곳으로 하는 방법도 고려해보자.

정비 주기, 여름철에는 주기를 짧게

여름철에는 자전거 점검 주기를 자연스럽게 앞당겨야 한다. 평소에는 2~~3주 간격으로 정비를 하는 편인데, 장마철처럼 습기와 빗물에 자주 노출되는 시기에는 1~~2주마다 상태를 확인한다. 비를 맞고 돌아온 날이면 무조건 자전거를 세워두기 전에 반드시 점검을 하는 편이다. 브레이크 패드는 비에 젖은 채로 마찰되니 빠르게 닳고, 체인 역시 오일이 씻겨나간 뒤에는 마른 소리를 내게 된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윤활을 다시 해주고 스프라켓 틈 사이에 낀 오염물도 닦아내는 것이다. 여름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꼼꼼하게 자전거를 살피는 일이 사고를 줄여준다. 이상 징후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주행전에는 사소하게 느껴져도 그냥 넘기지 않는 습관이 결국에는 안전을 보장해 준다.

여름엔 실력보다 준비성이 라이딩을 결정한다

로드사이클은 자연과 맞서는 스포츠다. 날씨에 적응하지 못한 장비는 실력과 무관하게 사고를 부른다. 여름철 우중 라이딩을 안전하게 즐기려면 공기압 조절, 오일 선택, 세척 및 건조, 브레이크 점검, 그리스 도포까지 모든 과정을 루틴처럼 해줘야 한다. 그 작은 준비들이 귀찮게 느껴질 수 있지만 라이딩시 안전을 답보해준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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