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빠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장비에 눈이 가게된다. 프레임은 어떤 재질인지, 휠셋은 얼마나 가벼운지, 타이어의 트레드는 어떤 패턴인지 하나하나가 성능에 영향을 준다. 정작 내 몸과 가장 밀접하게 닿는 라이딩 의류는 디자인만 보고 선택하기 급급했었다. 처음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을 때는 그냥 가지고 있던 츄리닝에 티셔츠, 모자를 눌러 쓰고 나갔다. 첫 여름 라이딩은 기억은 처음에는 상쾌했지만 이내, 땀에 젖은 티셔츠는 꿉꿉하고 내 체온을 더 가둬서 너무 갑갑했다. 이 후 급하게 구입한 저지와 빕을 입고 라이딩을 했을땐 가볍게 흘린 땀이 저지에 스며들고, 빠르게 마른 땀과 열기를 밖으로 배출해서 더운 날이었지만 상쾌한 주행이 되었다. 그 날 이후로 무조건 라이딩 의류는 기능성이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하차감을 위한 꾸밈의 옷이 었다면, 라이딩의 쾌적함을 더해주는 질을 바꿔주는 중요한 장비라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브랜드는 왜 가격이 천차만별일까
라파나, 아소스, 파스노말 같은 브랜드는 고가의 자전거 브랜드로 분류된다. 여름용 상의 하나에 20만 원, 빕숏은 30만 원을 넘기기도 한다. 자전거도 올랐는데 의류까지 부담스러운 가격임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의류에 이 정도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쿠팡이나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찾아보니 상하의 세트가 5~7만 원도 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았다. 이런 가격 차이를 마주했을 때, 입었을 때 얼마나 차이가 느껴지는지 궁금하기도하고 보급형 저지와 빕을 사용해본 이후에는 실제 성능과 연결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가격대별 특성 비교하기
단순히 호기심만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저지나 빕의 디자인도 중요했기에 여러 브랜드를 접하고 싶었다. 매주 시화호와 화성 일대를 도는 라이딩 루틴과 타지역의 장거리 주행까지 고가 제품과 저가 제품을 번갈아 사용해보면서 선호하는 브랜드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주행 거리를 동일하게 맞췄을때, 땀 배출이나 마찰, 엉덩이 피로등 여러 비교 방식으로 나만의 브랜드가 몇 개 선택되었다.
입어 본 사용감 추천 브랜드
입고 타봤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피부에 닿는 감촉이다. 라파의 여름용 저지는 몸에 감기듯 밀착되면서도 숨이 막히지 않는 정도의 통기성을 갖고 있다. 땀을 흘려도 젖은 자리에 차가운 바람이 들이치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마른다. 이건 짧은 거리에서는 모르지만, 2시간 이상 타게 되면 확실히 체감되는 장점이다. 빕의 경우 엉덩이 부분이 눌리는 느낌이 덜하고, 옆구리나 허벅지 쪽 마찰 자극도 적게 느껴진다. 더운 날 라이딩이 한결 편했던 이유도 결국 이런 디테일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기능성 소재와 ‘기술’의 차이
고급 브랜드의 가격에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라파는 12개, 아소스는 14개의 자체 기능성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기재 되어 있다. 각 기술은 실사용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것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 마케팅적인 과장이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지만 확실히 기능적으로 다른 부분은 사용해본다 알게된다. 아소스의 경우에는 부위별로 서로 다른 원단을 사용하는 입체 재단을 도입하고 있는데, 각각의 천이 움직임에 맞춰 따로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봉제선을 줄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데 빕의 경우 타 브랜드보다 편안함을 준다고 여러 리뷰에서도 알 수 있다.
장시간 라이딩에서 몸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고, 땀과 마찰로 인한 자극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사용했던 아소스 빕숏은 허벅지와 골반 주변의 압박이 고르게 분산됐고, 페달링 중에도 패브릭이 움직이지 않아 편안함이 유지되었다. 이런 작은 디테일들이 고가의 의류가 가지는 눈으로 받는 즐거움보다 몸이 느끼는 실용성을 더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UKE, 라메다 같은 저가 보급형 브랜드도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일본 YKK 지퍼, 이탈리아산 패드, 한국산 열전사 인쇄 등 괜찮은 부품을 조합해서 만든 제품도 많아서 품질을 올린 것이다. 그렇다고 패턴이나 재단 기술이 고급 브랜드와 동일한 급으로 올라오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내구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라파 저지와 빕숏은 3년을 넘게 써도 봉제선이 멀쩡한데, 저가 제품은 시즌 하나만 지나도 사스티치가 터지는 일이 빈번했다.
빕숏의 진짜 차이, 패드
장거리 라이딩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차이는 빕숏의 패드다. 중간중간 쉬더라도 3시간 이상 자전거 위에 앉아 있으면, 패드의 밀도와 구조가 라이더의 몸에 얼마나 잘 맞는지에 따라 피로감이 크게 달라진다. 내가 사용한 라파 프로팀 트레이닝 빕 숏은 처음에는 디자인 때문에 사기는 했다. 착용하면서 부터 ‘아 이래서 라파구나’ 하고 브랜드 제품을 찾게 되었다. 라이딩시에 밀도 높은 트레이닝 쉐미 패드 구조가 엉덩이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느낌을 줬다. 노면이 거친 구간에서도 진동이 그대로 올라오지 않고, 어느 정도 흡수되어 전달된다. 긴 훈련 라이드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확실히 장거리 라이딩에 사용감이 더 편한 것 같다.
반면 예전에 사용했던 저가 브랜드의 패드는 겉보기에 쿠션이 두꺼워 보여도, 30분 정도 지나면 눌린 자국이 돌아오지 않았다. 장거리 후반에는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고, 엉덩이와 골반 주변에 피로가 빠르게 쌓이는 단점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패드의 구조와 복원력을 확인하면서 구입하게 되었다.
브랜드별 기술점수 부여
패드의 착용감은 사람마다 체격이나 체중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체중이나 골반의 넓이, 안장의 곡률에 따라 패드의 감촉이 달라지기 이유일 것 이다. 개인적으로는 밀도가 높고 단단한 느낌의 패드가 장시간 라이딩에 더 잘 맞는 것 같다. 4시간 이상 타는 날에는 길게 쉬거나 스트레칭을 하지 않아도 패드가 좌우 엉덩이의 압박을 잘 분산시켜주는 느낌이다. 반면 부드럽고 푹신한 타입은 처음에는 편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압력이 한곳에 몰려서 오히려 불편했다. 라이딩 스타일과 체형에 맞춰 직접 입어보는 과정을 거치야 가장 정확하니 처음에는 저가형으로 테스트해보고 브랜드의 적당한 타입을 구입해보면 좋을 것이다.
중급자라면 어디서 타는지가 기준이 된다
한낮의 열기 속에서 60km 정도를 타고 나면 옷이 얼마나 빨리 마르는지, 그리고 몸에 붙는 감촉이 얼마나 불쾌하지 않은지 이런 포인트들이 체력만큼 중요하게 작용한다. 더운 날씨에 평지도 힘들지만 짧은 오르막이라도 만나게 된다면 체온은 더 확 올라간다. 이럴 때 저지와 빕이 얼마나 땀을 잘 배출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라이딩이 바뀌게 된다. 주 1~2회 동네 코스를 반복하면서 느낀 건, 의류의 통기성과 흡습성, 그리고 마감의 정교함이 피로 누적을 줄이는 데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중급 이상 브랜드, 내가 자주 입는 카스텔리의 여름 저지나 스페셜라이즈드의 빕숏은 그런 점에서 신뢰가 가는 편이다. 옷이 늘어지거나 마찰 부위가 불편한 일이 적었고, 땀이 나도 빠르게 식어 다시 출발할 때 불쾌감이 남지 않는다. 가격이 아주 저렴하진 않지만, 성능과 편안함고려한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
거리별 추천복장
거리 구분 | 추천 복장 구성 | 특징 요약 |
---|---|---|
단거리 (10~30km) | 기본 저지 + 통기성 있는 반바지 장갑 생략 가능 |
짧은 거리이므로 쾌적함 위주, 가성비 의류도 충분히 가능 |
중거리 (30~70km) | 여름 저지 + 기본형 빕숏 얇은 장갑, UV 차단 기능 포함 |
흡습속건, 통풍 중심의 소재 필요, 저렴한 제품 중 성능 좋은 모델 활용 가능 |
장거리 (70km 이상) | 프리미엄 저지 + 고밀도 패드 빕숏 메쉬 이너웨어, 긴 장갑, 양말 포함 |
마찰 최소화, 패드 복원력 중요, 고급 브랜드 의류가 컨디션 유지에 유리 |
라이딩 의류는 나에게 편한, 맞는 옷이면 된다
가격이 높은 브랜드라고 해서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옷들이 비싼 이유는 직접 입고 타보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땀을 흘렸을 때 마르는 속도, 피부에 닿는 감촉, 봉제선의 마감, 무게감이나 압박의 균형 등이 고급 브랜드에서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하면서 비로소 ‘왜 이런 가격이 붙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다만 누구에게나 그런 투자가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보의 입장이라면, 기능성과 내구성이 균형 잡힌 국내 브랜드 제품 중 리뷰들을 확인하고 구입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나에게 맞는 핏의 제품을 찾아가면 라이딩은 매 회 흥미로워 질 것이다.
제일 중요한 건, 어떤 옷을 입든 계속해서 라이딩을 이어가는 것이다. 진짜 좋은 옷은, 나에게 편한 딱 맞은 옷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