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탈 땐 수신호와 매너가 직접적인 사고를 줄이는 데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자전거는 도로 위에서 차와 함께 달리는 교통수단으로 분류되고, 타는 사람에게는 도로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따르게 된다. 실제 라이딩 중 겪었던 자칫 소홀하기 쉬운 습관이 사고로 이어지는 수신호 관련 이야기와, 공식 수신호와 자전거 매너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시작은 ‘배려’에서 시작되었다
금정역에서 출발해 한강을 돌아오는 하트코스를 달리던 몇 년전 여름 아침이었다. 금정역에서 자전거도로로 접어들어 가던 중, 갑작스럽게 속도를 줄인 일이 있다. 앞에는 길냥이 한 마리가 느긋하게 좁은 자전거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의식중에 정차 수신호를 하지않고 페달을 멈췄는데, 아차 싶었다. 내 뒤에 아무도 없는 듯했지만 아니었다. 바짝 따르던 라이더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으며 내 오른편으로 지나가 섰다. 놀란 듯이 수신호는 기본 아니냐는 말에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놀람기도 했지만, 아차 싶었다 일종의 경고처럼 들려왔다. 그날 이후 부터는 라이딩 때마다 수신호는 꼭 기억했다가 사용하고 있다.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도로를 공유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하고, 손짓 하나로 생명이 갈릴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
자전거 수신호, 왼손으로 명확하게
자전거를 타다 보면 순식간에 말로는 전할 수 없는 순간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바로 그때 수신호가 필요다. 단순히 팔을 흔들어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위험한 상황에 최소한의 동작으로 알리는게 목적이다. 행정안전부에서는 도로교통법에 근거해 법적체계로 수신호가 명시하고 있다.
수신호는 사고를 막는 장치이자, 서로를 배려하는 행동이다. 한강고수부지같이 사람 많은 곳에서나 차량과 함께 달려야하는 도로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 크다. 모든 공식 수신호는 왼손으로 하도록 되어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자전거의 앞브레이크가 왼손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오른손을 놓으면 급정지 상황에서 중심을 잃고 자전거가 전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감 넘치던 초보 시절 오른손으로 수신호를 하려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으며 균형을 잃은 적이 있었다. 넘어지진 않았지만 너무 급하게 클릿페달을 빼는 바람에 자전거 프레임에 기스를 내고 말았다. 왼손 수신호는 실질적인 안전을 위한 원칙으로 받아 들이면 된다. 손 하나로 서로를 지킬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된다.
7가지 필수 수신호
- 좌회전: 왼팔을 수평으로 쭉 펴기
- 우회전: 왼팔을 90도 위로 꺾어 세우기
- 정지: 왼팔을 45도 아래로 내리기
- 서행: 손바닥 아래로 펴고 위아래로 흔들기
- 앞지르기 허용: 왼팔을 앞뒤로 흔들기
- 장애물 표시: 손가락으로 장애물 방향 가리키기
- 방향 표시: 검지손가락으로 진행방향 가리키기
법령과 다른 수신호 사용
주행하다보면 동호회의 팩라이딩시에 간혹가다 ‘우회전’ 신호를 보낼 때 오른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오른손잡이다 보니 본능적으로 편한 쪽을 들게 되는 걸지도 모르지만, 도로 위에서는 본능보다 안전이 먼저이지 않을까 한다. 공식 수신호는 왼손 사용이 원칙이고, 그 이유가 단순히 형식적인 규칙은 아니기 때문이다.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 했듯이 브레이크 조작이 순간적으로 늦어질 수 있고, 급정거 상황에서는 중심을 잃고 전복될 위험까지 생기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관성’인 것 같다. 도로교통법에서도 명시하고 있지만, 주행 상황에서는 수신호가 뒷사람의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에, 좌우를 혼동하게 만들면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작지만 정확한 습관 하나가 서로의 안전을 바꾸게 될 것이다.
정확한 수신호와 사고의 인과관계
시화방조제의 10km 가까운 구간은 넓지만 도로 대부분이 패이거나 깨져서 조심히 라이딩을 해야 된다. 바람도 잔잔하고, 한적한 토요일 새벽아침 긴 도로에서 길게 늘어선 팩라이딩을 즐기는 무리들이 앞서서 주행하고 있었다.
평속 35km 이상으로 주행하던 팩이 갑자기 멈춰 섰다. 깜짝 놀라 멈추게 되었는데 팩 중간의 자전거 서너대가 뒤엉켜 엎어져 있었다.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선두에서 바닥 크랙 조심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는데 중간 쯤의 라이더가 수신호를 하지않아서 뒤 따라오던 이가 바닥 크랙을 지나다 넘어진것이다. 줄줄이 쾅쾅쾅. 너무 붙어간것도 문제이지만 수신호 전달이 안된게 큰 문제로 보였다.
페달을 밟는 박자나, 숨을 쉬는 간격, 그리고 앞사람과의 거리. 이런 것들이 라이딩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리듬을 가장 먼저 무너뜨리는 게 수신호의 부재인 것이다. 앞사람이 예고 없이 멈추거나 방향을 틀면, 뒤에서 따라오던 이들은 당황하고 급제동을 하게 된다. 연쇄적인 충돌은 순식간에 벌어진다.
팩라이딩시 매너사항 체크해보자
- 일렬 주행: 나란히 달리는 병렬 주행은 다른 도로 이용자에게 위협이 되며, 실제로 법적으로도 금지되어 있다.
- 휴식 주기: 1~2시간마다 짧게라도 쉬는 게 좋다. 피로는 사고의 주범이다.
- 정속 주행: 빠르기보다 일정한 속도가 중요하다. 팀의 전체 리듬을 위해선 개별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 수신호 동기화: 앞사람이 신호를 주면, 뒷사람도 그 흐름을 따라 반복해줘야 전체 흐름이 유지된다.
주행시에는 보행자가 우선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면 한강이나 팔당-양수리 구간에서 자주 보게되는 장면이 있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이 함께 뒤섞여서 한 도로를 공유하는 모습이다. 주말이나 출퇴근 시간대에 조깅을 하는 사람들, 유모차를 끄는 부모,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까지 매우 분주한 풍경이 펼쳐진다. 자전거 타는 입장에서 이럴 때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속도를 유지한 채 그대로 통과하려는 움직임이다.
보행자가 시야에 들어오면 그 즉시 속도를 줄이는 것이 기본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지나가는게 기본중에 기본이다. 자전거도로라 해도 보행자가 있는 이상, 라이더는 눈앞에 모든것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달려야 한다.
실천할 예의
- 벨이 있다면 경고용: 경적은 쫓아내는 도구가 아니다, 정말 위험한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된다.
- 보행자 우선: 자전거도로에서도 보행자가 있으면 무조건 감속하고 길을 양보해야 된다
- 접근 시 속도 감속: 움직이 이상한 자전거나, 뛰어노는 아이들, 아이를 동반한 보호자나 반려견과 함께 있는 보행자 옆에서는 더욱 조심스럽게 지나가야 한다.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를 끌자
횡단보도 앞에 설 때마다 순간적으로 갈등이 생긴다. 신호는 짧고, 차량은 연이어 밀려오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느껴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자전거는 반드시 내려서 자전거 라인이 있다면 맞춰서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자전거를 탄 채 그대로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과 부딪친 사고를 접한 적이 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크게 다칠 뻔한 상황이었다. 법적으로도 과실 비율은 자전거 쪽이 더 높게 나올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일반 횡단보도는 보행자 전용이고, 자전거는 그 위를 ‘탑승한 채’로 지나갈 수 없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자전거 횡단라인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면, 내려서 걷는 것이 법이나, 안전 측면에서도 가장 바람직한 행동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고 번거롭더라도, 사고의 가능성을 최소화시키는 선택이 된다. 클릿을 페달에서 빼는 자체가 번거롭게 느껴지지만, 하다보니 무의식적으로 자전거에서 내려 끄는 습관이 몸에 배게 되었다. 작은 습관에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다.
자전거타기전 마음가짐부터 철저히!
자전거를 탄다는 건 내가 도로 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른 이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라 할 수있을 것이다. 그 문화의 가장 깊은 뿌리는 배려와 예의, 그리고 서로의 안위를 지키고자 하는 최소한의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자전거를 타기전 페달을 올리기 직전, 준비는 잘했는지 체크하고 오늘도 수신호하는 건 잊지말라는 말을 되새긴다. 결국 안전한 라이딩은 장비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고 본다다. 그 시작이 아주 사소한 ‘손짓’ 하나이지만, 그 손짓으로,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무사히 마치게 해줄수 있는 행동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