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토 듀로 T1000 카본 프레임 주행 후기

로드사이클을 처음 접했을 때나 세월이 지나도 그래도 브랜드지 라고 성능도 있지만, 하차감을 중시하게 되는게 현실이다. 스페셜라이즈드, 트렉, 비앙키, 케논데일, 익히 알려진 브랜드만 선호하다 보니 가성비라는 개념은 멀어지기 마련이었다. 몇 년 전 부터 인기가 많아지던 거스토(GUSTO)는 낯설고 불안하게만 느껴졌다. 대만 본사 설계, 고등급 카본 소재, UCI 인증까지 부족함 없는 사양임에도 불구하고 확정짓기에는 뭔가가 부족한 듯 했다. 그러던 올해 2월 가족과 함께 찾은 카페에서 우연히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거치해놓은 로드를  보게되었다. 아 저게 거스토구나. 한눈에 프레임의 디자인에 푹 빠져버렸다. 심플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보이는 프레임 라인, 블랙&옐로우의 조화가 기대 이상이었다. 

거스토로 거침없이 지르다

확실히 자전거는 실제로 보고 타봐야 하는게 맞는 것 같다. 보기만 하고 시승은 해보지 않았지만 디자인에 빠지니 지름신은 곁에 살포시 함께 하고 있었다. 가격비교 후 거스토를 취급하는 가장 가까운 대리점 사이트를 찾아, 딸깍딸깍 몇 번의 클릭으로, 거스토 듀로 105 Di2 모델로 구입완료. 수원에 있는 바이크셀링 샵에서 주문하고 배송일정을 체크해보니 인기가 많아 수령까지 한달 정도 걸린다는 답변을 받았다.대만에서 주문 제작해야 하는 기간이 있고 배송과 세관까지 가만해서 한 달 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T1000 등급 카본 프레임에, 시마노 105 Di2 전동 구동계, 50mm 카본 휠셋, 일체형 핸들바까지 풀카본 패키지 구성, 무엇 보다 역동적인 디자인 참고 기다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거스토 듀로 T1000 카본 프레임 주행 후기

드디어 인수!

30일 쯤 지나자 자전거가 입고 되었다고 샵 사장님의 연락에 흥분 상태! 완제 조립이 아니고 세팅이 필요해서, 조립 세팅후 2일이 지나서야 인수 할 수 있었다. 많은 자전거들이 전시되어 있는 샵 중앙에 완차상태의 거스토 듀로 2대가 보였고 그 중 한대임을 직감했다. 사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자전거 구석구석  프레임, 휠셋과 핸들바, 싯포스트, 안장까지 인터널로 구성된 바디가 너무 깔끔해 보였다. 선택한 레전드 모델은 기본 블랙 베이스에 스탬과 상단 프레임을 골드 컬러가 믹스 되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빛을 받으니 은은한 반사광 뿜어내었다. ANP 나노 페인팅 기술이라는 것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고 한다. 프레임 마감 상태도 예상했던거 보다 훨씬 뛰어나 보였다. 각 부위의 접합도 매끈했다. 안장아래 프레임위에 보이는 UCI 인증 로고가 ‘가성비’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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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구조와 진동 흡수력이 주는 부드러움

거스토 듀로의 프레임은 카본 소재로 T1000 등급의 고강성 카본 원사를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이네그라(Innegra)라는 복합소재를 덧대어 구조적으로 더 높은 안정성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네그라는 섬유 강화 복합재로 충격 분산에 강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데, 다른 카본 자전거와 비교해 보지는 않았지만 시화방조제 구간에서 실제 주행 시 일부 거친 노면에서 전해지는 잔진동을 일정 부분 흡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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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방조제 위의 거친 노면이나 궁평항 쪽 도로는 길게 뻗기는 했지만 요철구간도 많고 잔진동이 많은 구간인데 팔과 어깨로 전해지는 충격이 확연히 줄어든 느낌이다다. 기존에 타던 비앙키 알루미늄 모델과는 확연히 달라진 느낌이다. 승차감은 확실히 부드러워졌고, 페달링 후의 반동도 적어져 전체적으로 장거리 주행시에도 피로도가 줄어드는 효과를 체감되었다.

카본 원사 등급 비교

카페나 커뮤니티에서도 카본등급에 따른 여러 이야기가 많아 궁금함이 더해져 알아보게 되었다. 카본 원사의 등급이 올라갈수록 프레임의 강성, 무게, 응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T700은 가격과 내구성에서 강점이 있지만, 강성과 반응성 측면에서는 중급자 이상에게 다소 아쉽고, T800은 그 균형을 어느 정도 잡아주며, 고속에서의 안정성과 페달링 전달력이 우수하다고 한다. T1000은 그보다 더 고급소재로, 가볍고 강하면서도 프레임이 라이더의 입력에 더 빠르게 반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카본 원사 등급 인장강도(MPa) 탄성계수(GPa) 주요 특징
T700 약 4900 약 230 가장 널리 사용되는 범용 카본, 강성보다는 내구성 중심
T800 약 5600 약 294 T700보다 가볍고 강성이 높은 중급 이상 프레임에 사용
T1000 약 6370 약 294 고급 레이스 프레임에 쓰이는 고강도 고탄성 소재

샵에 문의 해보니 선수가 아니면 적당한 등급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인데 그래도 적은 금액이 아니니 더 안정적인 것을 찾는게 중요한 듯 하다. 구입시에는 당연하지만 고려해야 할 사항을 체크 해야할 것이다. 높은 등급의 카본일수록 제작 난이도가 높아져 가격이 올라가고, 프레임 손상 시 수리 비용 상승하고, 수리기간도  오래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저가형 카본원사의 단점

 저가형 프레임에서 사용되는 비등급 또는 재생 카본 원사는 외형상 고급 프레임과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 라이딩에서 큰 결과적 차이를 만들게 될 것이다.

  • 강성 부족으로 인한 파워 손실
  • 프레임 뒤틀림
  • 높은 하중에서의 균열 가능성

외형이 비슷하다고 해서 내부 품질까지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다운힐이나 고속 스프린트 시 이러한 차이는 안전과 직결되는 사항이라 프레임 선택 시 단순한 가격 비교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는 것이다.

기대했던 일체형 핸들바

Attaque 카본 일체형 핸들바는 외형부터 기능까지 꽤 잘 정돈된 느낌이었다. 유선형 형태가 공기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빠지며, 핸들바의 케이블이 프레임 내부로 깔끔하게 감춰져 있어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Di2 전동구동계나 카본소재 프레임도 기변의 주요 포인트 였지만 내심 지저분한 케이블이 거슬리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일체형 구조가 가장 탐나는 사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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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바 폭은 410mm, 스템 길이는 110mm로 내 체형(180cm)에 맞는 사이즈였고, 3~4시간 무정차 주행에서도 팔에 무리 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체형이라는 구조적인 특성으로 핸들바 각도나 폭을 조정하기 어려워서 자신의 신체 사이즈와 포지션에 따라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꼭 체크 해야 한다.

안장과 타이어 SoSo

기본사양인 안장과 타이어는 쏘쏘한 느낌! 큰 특이점은 없지만 얘기해보자면 디멘션 NDR 안장은 첫 인상보다는 실제 주행에서 장점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중앙의 PAS 채널은 골반 중앙 압박을 줄여주어 땀이 많이 차는 날에도 비교적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었고, 라이딩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장점은 더 도드라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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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이어 28c 타이어는 단단함과 탄력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혀 있는 느낌이다. 도로의 작은 요철을 부드럽게 흡수하면서도 코너링 시에는 탄탄한 접지력을 느낄 수 있어, 전체적인 주행감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뭐 아직 200km 정도 타본거라 더 자세한 장단점은 추후에 자세히 다뤄 봐야 할 것 같다

달라진 관리와 정비

산게 다가 아니지, 자전거는 역시 관리가 중요하다. 이전에 접하지 않았던 일체형 핸들바와 완전 내부 케이블 라우팅 구조로 인해서, 케이블 교체나 핸들바 교체 시 프레임 일부 분해가 필요한 것은 의외로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만큼 외형은 말끔하고 정리되어 있어 개인적으로는 감수할 수 있는 범위이지 않나 싶다. 아직 크게 처음 세팅에서 변경된 사항이 없지만 익숙하기 전까지는 샵에서 정비하고 눈동냥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카본 크랙의 걱정

우연히 접한 정보였지만 중요하게 볼 사항이 있다. 카본 프레임을 사용하는 라이더라면 ‘카본 크랙’에 대한 경각심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카본은 금속 프레임보다 충격에 민감한 소재이니 만큼, 강한 압력이나 미세한 충격이 반복되면 외형상 큰 손상이 없어 보여도 내부 층간에서 크랙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생긴 크랙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알루미늄처럼 휘어지거나 금이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실제로는 구조적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한다. 다운힐이나 스프린트처럼 하중이 크게 걸리는 순간에 파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 정기적인 점검과 충격 발생 시 즉시 체크가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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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측면에서 보면, 자전거를 거치할 때 프레임을 강하게 누르거나 금속 부품과 직접 닿게 보관하는 것은 피해야 하고, 차량으로 운송할 때 프레임을 단단히 고정하되 과도한 압박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고온의 차 내부에 장시간 방치하는 것도 크랙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의심이 들면 점검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가성비를 넘은 ‘가심비’ 프레임

브랜드보다는 내가 보기에 멋지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자전거 선택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 같다. 내 선택이 단순히 가격 대비 좋은 구성이라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엔 어렵지만, 일단 처음 타본 느낌은 완성도나 주행 밸런스에서 느껴지는 ‘일체감’이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프레임에서 전해지는 단단함과 진동 흡수등은 실제 라이딩을 해보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런 감각은 사이트에 기재된 숫자나 스펙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물론 다 좋은 건 아니다 분명 아쉬운 점도 있다. 유명 브랜드에 비해서 커뮤니티나 정비 편의성, 호환정보 등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브랜드 이름보다 ‘진짜 내게 맞는 성능’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이 장점이다. 어떤 프레임이든 직접 타보는 것만큼 정확한 평가는 없다고 본다. 현재까지는 아주 만족 하며 주행하고 있다. 매년 여러 브랜드의 새로운 기능을 갖춘 자전거가 출시되는데 꼭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도 디자인과 성능까지 갖춘 모델을 원하다면 거스토 듀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한다.  

비앙키에서 거스토로 6년만의 기변, 성능체감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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